목혜정, 씨네포커스 크리에이터/영화연구자

선정영화목록

선정영화목록
제목 감독 제작년도
오발탄 유현목 1961
하녀 김기영 1960
영자의 전성시대 김호선 1975
바보선언 이장호 1983
하얀전쟁 정지영 1992
초록 물고기 이창동 1997
봄날은 간다 허진호 2001
살인의 추억 봉준호 200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성호 2014
동주 이준익 2015

선정 코멘트

오발탄
분단 이후의 사회 모순을 한 가정의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담아낸 연출력을 다시 주목한다. 촬영, 동선, 편집을 통해 그 시기의 다양한 공간 이미지가 이야기에 맞물리며, 심지어 팝송과 국악의 사운드 몽타주를 통해서 소리까지 압축시켜 전달한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았던 감독은 사회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되 그 사조의 스타일을 뛰어넘어 치밀한 연출을 통해 영화적 완성도를 이뤄냈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최고봉이다.

하녀
실내극과 표현주의 영화들을 즐겨보던 감독이 기다렸다 폭발시킨 듯한 놀라운 작품으로 공포영화의 문법에 정통하되 이를 예술적으로 풀어내었다. 수직적 공간의 대비, 폐쇄적 공간과 심리의 상관관계 묘사, 정통 공포영화 사운드의 활용을 통해 모던한 형식미를 보여준다. 리얼리즘과 나란히 선 한국영화의 든든한 한 축이 구축되었음을 증명한 영화다.

영자의 전성시대
호스티스 멜로라는 서브 장르 명명이 가능했던 것은 70년대 양적으로 팽창하고 사회현상으로 존재한 그 여성들의 비중 때문이었다. 비록 아류영화들의 소비가 변질되긴 했지만, 여공, 식모, 차장, 호스티스 등을 거쳐 가던 70년대 계층 하이어라키 맨 아래 존재하던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영자의 전성시대>는 영화 역사에서 가치를 가진다.

바보선언
70년대의 검열은 80년대라고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유쾌하게 뚫어내는 영화가 있었고 배급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봐 준 관객들이 있었다. <바보선언>은 엄혹했던 시기의 통쾌한 영화적 반란이었다. 무성영화적 연기, 시대를 표현한 다양한 사운드들이 압권인 이 영화는 영화에서도 검열과 압박이란 둑이 무너지고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얀전쟁
<디어헌터>처럼 전쟁을 겪은 개인이 깊이 있게 다뤄지는 영화는 한국에서 언제나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하얀전쟁>은 놀라움이었다. 끌어내 오기 쉽지 않았던 베트남전을 다루면서 회고의 시점에 유신반대시위를 배치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것을 잘 표현했고 그 속의 개인의 상처를 다양한 연출 장치로 표현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 전쟁영화 부분의 성과다.

초록 물고기
출신(신도시 개발 과정, 가족해체)으로 인해 갱스터가 되고, 조직에 충성하다 죽음을 맞고(청부살인), 죽음 직전 간직하던 가치나 가족을 찾는(마지막 형과의 전화)...리얼리즘적 갱스터 장르 이야기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있는 이런 류의 갱스터 영화의 감성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역사를 탐색하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계속 이 영화를 소환할 것이다.

봄날은 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질문을 하며 상실감 극복을 힘겨워하는 보편적 경험에 이렇게 잘 소구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같이 놓고 갈등하게 될 테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꼽는 사람들은 감정표현의 디테일에 주목했을 것이다. 세월은 가도 이 영화는 그 보편성 때문에 가치가 유지될 것이다.

살인의 추억
‘미치도록 잡고싶었다’는 카피처럼 관객은 범인이 잡히는 것을 미치도록 보고 싶었을 것이다 .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비극이 지속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고 과학적이지 못한 수사의 한계상황에 답답해야만 했던 관객은 모두 진심 ‘미치도록..’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관객을 같이 무기력하게 만들며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하게 한 이 영화를 만든 2003년의 봉준호를 이후의 봉준호가 이기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재미도 완성도도 있었지만, 입소문 후에나 상영관을 확장할 수 있었던, 한국영화 배급의 문제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영화 모티브로 기능한 한국의 주거 문제, 자영업자 문제는 영화 속에서 분명히 부각된다. 유쾌한 진행과 환타지 식의 문제해결이 결코 밉지 않고 폄훼될 수 없다. 이런 재치 있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희망 섞인 추천이다.

동주
<동주>의 저예산은 불가피였고 기치였고 정신이었다. 감히 윤동주를 다루는 영화여서 그랬다고 한다. 미학도 그에 따랐다. 공간의 경제학이 있고 절제된 대사가 있고 심지어 영화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악도 사용료가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너무나 큰 감동이다. 윤동주의 시는 그냥 읽어도 눈물이 나는데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슬픔의 강도가 커지니 그러면 성공인 거다. 자본의 벽이 더 두터워지는 시기 이 영화에서 보여준 저예산의 진가는 한국 영화사에 기억될 것이다.

※ 특별언급: 변화하는 제작 환경과 배급 환경 속에서 완성도 높은 OTT 시리즈물을 영화라는 카테고리에서 배제하며 영화를 논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까지일지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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