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가족의 탄생
한국영화가 이전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하고 촘촘한 다중 플롯을 구사하며,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가족과 모성의 신화를 파격적이면서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부숴버렸던, 놀라운 영화.
기생충
봉준호 2기의 시작이자 현대 계급사회에 대한 기막힌 우화로, 세계적으로 뜨거운 공감과 대화를 끌어낸 한국영화의 가장 눈부신 기록. 더불어 대중상업영화가 보여준 가장 경쾌하고도 슬픈, 예술의 경지.
고양이를 부탁해
한국상업영화에서 20대 여성의 현실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첫 발자국.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장선우의 <경마장 가는 길>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영화 모더니즘의 획을 그은, 홍상수 미학의 출발점.
올드보이
관객의 윤리를 장르적으로 극한까지 밀어붙여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긴 복수극. 한국영화 역사상 세계의 씨네필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친 작품이 아닐까.
박하사탕
치유하지 못한 상처로 가득한 한국 현대사, 그리하여 시대에 영혼을 빼앗기고 파괴당한 한 인간의 모습을 심도 깊고 적나라하게 다루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세기를 열었던 작품.
부산행
엄청난 속도감의 좀비를 내세워 한국영화산업이 일본영화를 제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산업임을 전 세계에 인식시킨 재난 블록버스터.
접속
단순히 pc 통신을 소재로 삼은 멜로에 그치지 않고, 90년대 후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세련된 미장센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밀레니엄 이후 한국영화계에 등장한 새로운 관객의 유형을 찾아낸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
시대와 역사의 혼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소중함을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드러냄으써 한국영화의 서정성을 진일보시킨 작품
헤어질 결심
영화 언어의 순수성을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정교하게 세공한 성취. 한국영화가 신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박찬욱 영화의 만조.
※ 특별언급: 10선 안에 넣지 못했으나 <똥파리>와 <벌새>는 한국 독립영화에서 정반대되는 성을 통해 시대의 폭력을 이야기하며 절망을 넘어서려 했던 영화로 기억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997년에 영화 기자로 일을 시작한 이후 제가 보고, 듣고, 직접 취재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알았던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10선을 선정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 한국영화들에 대한 언급이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