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나쁜 영화
첫 번째로 떠올랐다. <나쁜 영화>는 나쁜 의미에서 교훈적이다. <나쁜 영화>는 펄펄 끓고 있다. <나쁜 영화>는 말 그대로 자연적 힘에 가깝다. 참말과 거짓말 사이의 걸작.
휴일
<휴일>에선 뛰고 걷는 장면, 담뱃불을 빌리는 장면은 쉽게 잊힐 수 없다. 걷는 장면은 현대 영화의 특권. 1968년에 나온 <휴일>은 실패에 대한 영화다. 뒤늦게 발견된 <휴일>이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줄기를 만든 이유.
그때 그 사람들
임상수는 오롯이, 개자식들만 나오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잔인하고 냉혹하다. 동시에 그건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임상수는 정말이지 위대한 냉소주의자다.
오발탄
<오발탄>은 악몽 같다. 라스트 씬이 더욱 그렇다. 악몽을 꾸는 한국인은 치통을 겪는다.
생활의 발견
이상하다. 홍상수 영화 딱지를 떼도 <생활의 발견>은 이상하다. 김상경이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는 기차 장면부터 <생활의 발견>은 한국 영화에서 전례 없는 이상함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다른 의미로) 재발견되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 재발견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공장, 길거리, 다방, 노동자의 얼굴이 지닌 아름다움을 우리에게로 돌려준다.
화녀
많은 이들이 <하녀>를 고르겠지만. <화녀>가 더 인상적이었다. <화녀>의 빨간색은 관객을 홀리는 마술이다. 저 마술의 효과를 기준으로 삼아, <화녀>를 김기영의 최고작으로 뽑는다.
살인의 추억
오늘날, <살인의 추억>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기념비다.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인화성 물질로 만든다. 종국에는 스릴러 장르에 내재된 무의식을 건든다. <살인의 추억>은 장르/동아시아 영화라는 카테고리 모두에서 성취를 거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경계도시2
보니까 내 리스트에는 코미디 영화가 많다. <경계도시2>는 한국사가 만든 최고의 코미디 영화다. <경계도시2>에선, 예상치 못한 진실로 인해, 이야기 자체가 변화하고, 움직이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이 맨 앞선에 선다.
버닝
<버닝>의 순위는 십 년이 지나면 더 높은 자리에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버닝>은 감독의 타임라인에서도, 한국 영화의 동시대성에서도 이상한 자리에 위치한 영화다. 불안한 마음의 청년이 미스터리한 삶을 산다. 이창동의 이야기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 특별언급: 리스트에 빈자리가 더 있었다면,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신동일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최동훈의 <타짜>도 포함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