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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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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봄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 아이와 엄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어느 순간 그는 가정에서 잉여의 존재로 치부되어 버린 듯하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며 나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고 계절의 변화조차 망각하게 되는 흐릿한 시간이 흐른다. 더이상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만 같은 지금의 나,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것이 당연해지고 내가 원하는 것보다 가족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는 그의 생활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그 역시 그의 딸처럼 꿈이 있었고 생기발랄하던 청춘의 때가 있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을 갖는 것, 그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주체의 삶은
지워진 채 엄마로서 살아가는 여성이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집에 당연한 듯 붙박이처럼 놓인 가구가 아닌 동적인 주체로 변화하는
모습을 사회적 호명의 단계로 그려낸다. 그 시작은 사진 동호회 첫 시간에 어색한 듯 내뱉은 자신의 이름이다. 이십 년간 지워졌던 나를 되찾아가는 첫걸음에 받은 뜨거운 박수와
함게 그 공간에서 그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불리리라. 하나의 주체로 호명되리라.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어머니만이 그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누군가의 아들과 딸로, 또 소속된 단체의 일원으로 역할하며 생활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내 생활에서 온전히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까. 얽혀있는 수많은 역할 속에 '나'라는 사람을 잊고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타인이 원하는 모습, 혹은 보여지기만 하는 겨울의 방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나간 추억으로 간직한 빛바랜 사진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파릇파릇한 청춘의 시간을 다시 마주해보길 바라본다. (제4회 전북가족영화제 오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