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신호등 한가운데 서있던 노인을 구하는 김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영상 속의 김씨는 순식간에 영웅이 되었다.
김씨는 호남형 얼굴에 굵직한 일자눈썹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김씨는 대학 입학 당시 이미 지방 신춘문예로 등단한 청년 소설가였다. 그는 동기들과 교수들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았다. 성실한 김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늘 깨어있었다. 그에게 소설은 구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교내 게시판에 ‘소설의 원작자를 찾아주세요.(부제 모 교수의 도둑질)’이라는 전단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후 모교수는 문학상을 받았고, 김씨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군대에 갔다. 한동안 김은 ‘양치기소년, 배신자, 아웃사이더’라고 불렸다. 그가 교수로부터 자료조사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허위사실유포로 퇴학을 당했다 등 말이 많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잠잠해졌다.
사라졌던 김씨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모두 그를 냉대했다. 성실한 김씨는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취업준비 수순을 밟아나갔다. 졸업 후 중소기업에 입사했으나 곧 퇴사하였다. 회사는 그가 인내력이 부족하고 열정도 없는 한심한 청년이며 사회부적응자라고 하였다. 그 후 김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고시원 총무로 성실히 일하였고, 종로의 한 카페에서 성실히 일하였다.
SNS에 올라온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능력자, 훈남, 청년의 표상이 되었다. 김씨는 쇄도하는 방송국 취재와 인터뷰에 성실히 응했고, 사람들의 응원에 보답하고자 휴면 중이던 SNS에 오랜만에 찍은 셀카와 감사글을 올렸다. 너무 이목이 집중되자 김씨는 부담스러웠다. 김씨는 공무원 시험 합격만이 자신의 삶의 구원이라 믿고, 기자들에게 성실한 수험생으로서 더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술 취한 노인을 위장해 금품을 갈취한 자해공갈단 일당 중 한명이 김씨 영상 유포자로 밝혀지면서 김씨가 의심을 받게 되었다. 김씨 영상이 사기꾼의 짓이니 김씨도 그 영상도 모두 사기가 되었고, 세간의 관심은 엉뚱하게 튀어 김씨의 과거가 털렸다. 사람들은 김씨가 교수를 고발하고 뒷돈을 챙긴 속물이며, 공무원 시험은 아르바이트나 하며 논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고 말했다. 멋있다던 일자 눈썹은 음흉한 사기꾼의 표상이 되었다. 김씨는 과연 진실을 아는 사람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괴로워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김씨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다. 지금 김씨에게는 공무원 시험 합격보다 당장에 낼 방값이 구원이었다. 매일 밤 김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잠들었다.
얼마 뒤 삶을 비관한 3년차 공시생이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사망한 사건이 단신으로 보도됐다.
카페에 후임으로 새롭게 들어온 사람은 박씨였다. 3개월 수습기간 동안은 최저시급보다 낮은 시급을 받아야 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도 없고 카페 경력이 없어서였다. 박씨는 호남형 얼굴에 굵직한 일자눈썹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출처 : ko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