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재영의 가족. 부모님은 여행을 떠나시고, 홀로 남게 된 재영은 친구를 불러,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려 한다. 하지만 밤이 되자 친구마저 떠나고,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집에조차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린 재영.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해보지만, 웬일인지 일은 꼬이고 집으로 가는 길은 멀어져만 간다. 밤거리를 헤맨 끝에 깡패, 거지 노인, 바바리맨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낯선 세계는 냉혹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까지 가게 된 재영. 결국은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데… 그가 내뱉는 한마디.
연출의도. 센티한 밤, 달빛을 보며 되뇐 말이 있었습니다. “밤이 너무 길어” 뜻 밖에도, 잠 안 오던 그날 밤, 써내려간 시나리오의 제목이 되어버렸습니다. 서정적인 건, 너랑은 맞지 않는다는 듯, 저는 아마 키득거림으로 울적함을 달래고 싶었나 봅니다.
어둠이 삼켜버린 낯선 세계에서, 바깥에 갇혀버린 사나이의 이야기… 공간적으로 바깥이기도 하거니와,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우리 일상의 바깥입니다. 우리가 편히 잠든 시간, 바깥엔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어쩌면 숙면은, 그 자체로, 행복일지 모릅니다. 이것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던, 풍요 ‘밖’ 빈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돈도, 가족도, 아무런 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맞닥뜨린 낯설음과의 조우. 그 안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질 뿐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은 욕망,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극중 재영 속에서, 한낱 아무것도 아닌 ‘나’를 보고, 동정하고,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마음껏 즐거워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