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과거 소련연방이었던 타지키스탄은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톡적인 정서를 품고 있는 곳이다. <벌이 날다> - 민병훈 감독과 공동연출 - 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우즈마노프 감독의 최근작인 이 영화는 칸을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십년 전에 고향을 떠나 모스크바의 밤거리를 전전하던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러 돌아오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희생적인 어머니와 폭력적인 아들, 어리지만 현명한 주인공의 아들 등 어느 문화권에서나 있을법한 신화적인 구도 안에서 전개된다. 특히 한없이 아들을 염려하면서도 굳이 다정하게 쓸어안아 주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은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을 슬픔의 텍스트로 만들었던 집시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녀들은 남루한 현실 앞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으며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외부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방법에 호소한다. 힘없는 자의 권력이란 무릇 상상적인 것에서 나오는 법이므로... 어머니는 빚에 몰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거래한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 그녀는 손자에게 이슬람의 전설인 어깨 오른쪽과 왼쪽에 존재하는 두 천사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선악에 대한 매우 단순한 진실을 담고 있는 이 전설은 영화의 간결한 플롯과 냉랭한 색조를 배경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결국 어머니의 장례 후,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고 다시 고향을 떠나는 것으로 아들은 십년 전의 행동을 되풀이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그의 아들은 이미 착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챈 듯하다.
(출처 :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