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 현실과 이상을 혼돈하게 만드는 것. 편리함의 상징인 리모트 콘트롤은 가끔 사람들에게 그러한 착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착각은 외로움에서 비롯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로 인한 가정불화를 견디기 힘든 촉은 가출하여 도시의 한 아파트의 옥상에 숨어지낸다. 어느 날, 건너 편 아파트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 아누에게 매료되고, 리모트 콘트롤을 구입하여 그녀의 거실에 있는 TV를 보기 시작한다. 리모트 콘트롤은 촉과 아누 사이의 거리감을 없애 준 것이다(물론 그것은 촉의 입장에서만 그러하다). 그리고, 촉은 버튼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촉과 아누가 지닌, 하늘을 나는 꿈과 고소공포증의 대비,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늘을 난다면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는 아누의 생각은 가족과도 멀어진 촉의 외로움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