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정카메라에 36개의 쇼트로 이루어진 나와폰 탐롱라타나릿의 실험적인 영화.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기억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사의 로케이션 스카우트로 일하는 사이는 로케이션 헌팅을 다니면서 늘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보관해 둔다. 어느 날, 그녀는 노트북에 저장해 둔 사진파일이 다 날라갔음을 알게 되고, 이를 복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동창생이었던 카이를 찾아가 사진파일을 복구한다. 영화는 사이의 사진파일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기억, 사라져 가는 오래된 건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매우 건조하게 묘사된다. 오래된 건물이 사라져 가고, 사진파일이 날라가듯이 우리의 기억도 불안정하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이에게는 늘 ‘과거’가 중요하다. 함께 로케이션 헌팅을 갔던 미술감독 옴과 사이가 서로의 감정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현재’에 너무 둔감한 탓인지도 모른다.
(출처 :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