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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로 보는 한국의 재테크와 금융

▶ 한국영상자료원은 2022년부터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션한 문화영화 목록을 컬렉션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개하는 컬렉션의 주제는 ‘한국의 재테크와 금융’입니다.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난할 대로 가난해진 이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는 금전을 융통하여 산업화 자금을 확보하고 돈을 불리는 영역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경제 재건을 위해 서민들의 저축을 적극적으로 권장했고, 국민은 국가와 경제적 운명을 함께하는 주체로 동원되어 자의적·타의적으로 국가의 살림에 쌈짓돈을 보탰습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저축은 삶의 고통을 벗어나고 자식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국가를 위한 애국적이고 윤리적인 행위였습니다.
 
저축과 같이 금융기관에 돈을 위탁하는 것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 경제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종잣돈이었기에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선전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국가 혹은 공공적 입장에서 선택한 이 금융 장려의 가장 효과적인 선전 양상은 어떠한 것이었을까를 이번 컬렉션의 작품들에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필름, 시나리오, 심의서류 등을 소장하고 있는 작품(53편)과 한국정책방송원 및 국가기록원 등이 VOD를 소장하고 있는 작품(20편)을 포함해 총 73편의 작품을 열람하고, 그 내용적 특징을 상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문화영화로 보는 한국의 재태크와 금융」 컬렉션은 두 가지 지점에서 다른 주제의 문화영화 컬렉션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첫 번째는 제작 시기로 볼 때 73편 중 53편이 박정희 정권 시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저축과 재테크라는 주제가 시기별로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흐름화하기에는 시기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번 컬렉션 영상들은 경제개발이 최우선이었던 시기와 그 이후 시기를 대조하는 것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기의 경제 기조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데 보다 유용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전의 컬렉션과는 달리, 주제를 세분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금융과 재테크의 양상별, 예컨대 저축/주식/채권/보험/부동산/금융교육/가계 절약 등으로 컬렉션의 작품들을 구분하기에는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례가 절대다수였습니다. 따라서 ‘돈을 잘 모으고 불리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넓게 묶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영상의 경우는 세부 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동산은 타 금전 융통의 영역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점차 한국사회의 금융과 재테크의 판도를 흔드는 독자적 영역이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 컬렉션 작품 규모 (연대별·소장처별)

73편의 작품에서 박정희 정권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 경제사가 지나온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공적 행위로서 강조되었던 저축입니다. “저축은 국력이다”라는 표어에 집약되어 있듯이, 국가와 국민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국가를 위한 저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당대 정부가 경제개발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국민의 저축을 얼마나 간절하게 필요로 했는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금융의 현대화를 교육하고 주입하는 정부의 목소리입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국민에게 저축, 주식,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과 그것을 주관하는 금융기관이 과연 얼마나 익숙했을까의 문제는 몇 편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 처음 가 보거나, 은행보다 계나 일수, 사채를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등장인물은 금융기관의 이용이 충분히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상을 보여줍니다. 익숙하지 않은 금융기관을 권장하기 위해, 문화영화들은 은행에 대해, 주식에 대해, 주택공사에 대해 국민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은 현대적인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깨어나는 순간이며, 더 많이 알수록 더 올바르고 빠르게 자산을 증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내 집 마련’의 서사가 구축되는 양상 역시 컬렉션의 영상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부동산 불패신화의 나라로 불립니다. 부동산 투기의 대상으로 가장 익숙한 것은 대단지 아파트 혹은 대단지 아파트 개발을 위한 택지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부동산, 특히 ‘내 집’을 다루는 영상들을 통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초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던 시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문화영화들에서 투기를 위한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필요조건으로서, 더 나은 자립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서 강조되던 ‘내 집 마련’이 결국 오늘날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조건들을 만들었음을 보게 됩니다. 

「문화영화로 보는 한국의 재테크와 금융」 컬렉션을 통해 오늘날 가상화폐와 앱테크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재테크의 과거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수많은 요소에 흔들리고 기획되는 서민경제의 실상을 볼 수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 경제 영역에서 윤리적이고 현명한 방법은 매우 상대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았습니다. 미처 다 언급하지 못한 개별 작품의 사례에서 이보다 훨씬 다양한 현대사의 여러 굴곡들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본 컬렉션은 한국영상자료원이 필름, 시나리오, 심의서류 등을 소장하고 있는 문화영화 '목록'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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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표시 예: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 「문화영화로 보는 한국의 재테크와 금융」)
 
- 조사·연구: 한나리(영화사연구자)
- 기획·진행: 이지윤(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 컬렉션 공개일: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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