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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월간 <스크린> 컬렉션

▶ 197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쇠퇴를 거듭하였고, 영화문화와 담론을 책임지는 잡지업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가지 잡지들이 명멸하였으나 영화진흥공사가 발간한 <영화>지를 제외한다면, 영화 문화와 담론 형성에 큰 의미를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영화>지는 영화이론, 영화기술, 영화산업 및 정책 등에 대한 상당히 수준 높은 글을 제공하는 잡지였지만, 공식적이고 딱딱한 긴 글(피쳐) 중심으로 구성된 관변 기관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월간 <스크린>의 창간은 한국영화 문화의 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월간 <스크린>은 1984년 3월 창간했습니다. 이후 이 잡지는 2010년(기록에 따라서는 2011년)까지,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발간되었습니다. 아마도 1995년에 창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씨네21>을 제외한다면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발간된 영화 잡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스크린>은 1980년대 이후 현대 한국영화 문화와 담론의 동향과 역사를 온전히 담아낸 가장 중요한 사료라 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의 가장 큰 차별성은 당시로서는 호화찬란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화보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혹은 당시의 타 영화잡지들이 극히 일부만 컬러 사진면을 게재하며 전반적으로 흑백의 느낌을 주던 것과 달리, 해외 스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광 용지의 컬러풀한 화보면과 광고들은 영화와 세상을 컬러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세계 유수의 사진통신사들로부터 컬러 필름 공급 특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외관의 잡지는 흔히 생각하듯 대중잡지의 면모만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컬러로 도배된 스타들의 브로마이드와 영화 포스터, 각종 상품들의 광고면들의 이면에는 당시 세계 영화계에서 각광받던 새로운 작가 감독들, 고전 영화들, 영화이론, 개봉작들에 대한 진지한 비평, 당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이슈에 대한 탐사 기사들, 감독 및 배우들과의 인터뷰 등 의외로 상당히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초기 <스크린>에는 두 개의 원칙 혹은 두 개의 ’NO’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루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라는 것인데 하나는 노출로 눈요기 거리를 삼거나 불건전한 섹스 기사, 다른 하나는 국내 영화인들의 스캔들 기사였습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원칙은 상당히 잘 지켜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스크린>이라는 잡지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만들었고, 종국적으로는 독자와 영화계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편 초기 월간 <스크린>은 영화에 중점을 두기는 했으나, 대중문화 전반의 잡지를 표방하는 컨셉이었습니다. 팝과 뮤직 비디오, TV, 연극, 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다루었고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와 같은 당대의 팝스타들의 포스터나 브로마이드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초기부터 비디오라는 새로운 매체와 관심을 가지고, 출시 비디오의 소개, 하드웨어, 산업 동향을 꾸준히 게재했습니다. 특히 초기 <스크린>이 새롭게 등장한 뮤직비디오에 매우 큰 관심을 가졌던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는 <스크린>이 창간한 1984년이 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는 전세계적 팝의 전성기였고, 한국에서 역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컬렉션은 월간 <스크린> 창간호(1984년 3월호)부터 1990년 12월호까지 1980년대 총 82호의 분량을 담고 있습니다. 월간 <스크린>이 창간했던, 그리고 이번 컬렉션이 담고 있는 1980년대 영화사의 급변 양상은 요약하기도 숨이 찰 정도입니다. 컬러 TV가 등장했고, 영화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산업 판 자체가 흔들렸으며, 1980년대 탄생한 비합법 영화운동은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의 분위기 속에서 독립영화 운동과 직배투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1987년 외화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엄청난 숫자의 극장용 외화들이 수입되는 한편으로 TV에서도 연일 새로운 외화들을 방영했고, 미국 발 TV용 미니시리즈들이 고정팬을 대량 생산했습니다. 또한 VCR이 보급되면서 극장용 영화의 수십배에 달하는 타이틀들이 공급되었고, 대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이 새로운 엘도라도에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홍콩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 M-TV 이후 등장한 뮤직비디오는 영상의 문법과 수용양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가운데 이 모든 영상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새로운 관객성이 탄생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간 <스크린>은 나름의 고민과 방향성을 가지고 한국의 영화사, 다소 과장하자면 현대사의 변화와 함께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를, 독자들의 욕망과 영화계의 여망을 반영하면서, 300에서 350쪽에 달하는 방대한 지면에(물론 광고와 화보면을 포함한 양이지만) 성실하게 채웠습니다. 단언컨대 <스크린>은 1980년대 영화사, 나아가 대중매체사의 보고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컬렉션은 <스크린>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박스8주식회사(더 스크린)의 허락 하에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박스8주식회사, 그리고 박혜은 편집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다만 이 협약에 따라 문자인식 버전(OCR 버전)은 서비스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영상도서실에서 열람되던 잡지들을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는 것인 만큼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으며, 손상 및 누락된 페이지나 쪽수가 불분명한 페이지들이 다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신 서비스되는 각 호의 목차를 정리한 목차자료집을 첨부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공개되는 잡지의 디지털 뷰어에는 북마크(책갈피)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좌상단의 북마크를 열어보신다면 자료들을 열람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마크가 열렸을 때 화살표 표시가 있는 하위 항목들은 접혀 있습니다. 화살표 표시를 누르시면 하위 항목들까지 모두 펼쳐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학예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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