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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과 검열(1955~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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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검열자료컬렉션 6
반공과 검열: 1955-1970
냉전, 권위주의, 그리고 반공영화
“반공영화”는 말 그대로 반공의 주제의식이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전달하는 영화로, 분단 이후 좌우익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시점 탄생하여 한국전쟁을 거친 후, 특히 196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 반공영화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쟁영화, 군사영화, 간첩영화 등 소재 중심으로 구분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습다. 그러다 1960년대 후반 정부가 반공영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던 다양한 분단 소재 영화들이 반공영화라는 명칭으로 정착됩니다. 따라서 엄밀히 보자면 반공영화와 분단영화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단영화가 남한과 북한의 분단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보다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면, 반공영화는 분단된 남과 북의 적대를 강조하는, 말하자면 ‘반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반공영화가 분단영화에 속한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베트남전이나 중국 공산당과 대만 우익 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들의 경우 반공영화라 볼 수는 있으나, 분단영화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반공영화 역시 분단영화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1963), <빨간 마후라>(신상옥, 1964)로 대표되는 한국전쟁 스펙타클 영화가 이 범주의 중심을 이루었다면, 1960년대 중후반에는 기존의 전쟁영화와 함께 국내 간첩 색출을 위한 정보원의 활약을 그린 국내 간첩물, 해외 간첩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의 국제첩보물들이 다수 제작되었습니다. 1965년 이후 한국에서 크게 히트했던 007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나타났던 경향이었습니다. 또한 일본을 무대로 조총련 조직에 맞서는 정보원의 활동을 그린 영화들 역시 다수 제작되었는데 여기에는 당시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일본의 풍경을 영화에 담는 소위 “왜색”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제작사의 계산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베트남전쟁의 발발과 함께 등장한 베트남전 영화, 분단 상황을 주제로 한 문학을 영화화 한 반공문예영화들 역시 정책적 지원을 노리고 제작되었습니다.
153편 9,038쪽의 방대한 컬렉션
반공영화가 특정한 장르로 규정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만큼,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대상이 될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이를 위해 KMDb에서 반공, 분단, 전쟁, 한국전쟁, 북한, 군사 등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하여 해당작들을 전체적으로 리스트업 한 뒤 검열자료가 있는 작품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반공이나 분단이 강조된 영화들을 선정하였습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나 이산의 상황이나 전쟁 중의 멜로드라마 성향이 짙은 영화들, 간첩이 등장하나 전체 스토리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영화들은 제외하였습니다. 반공과 분단의식의 일상화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들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검열에 중점을 둔 이 컬렉션에서는 특이성이 크지 않아 전반적인 경향을 파악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1970년까지 153편의 작품이 컬렉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검열서류의 전체 분량은 PDF 9,038면으로 편당 59쪽 이상의 방대한 분량입니다.
1970년으로 연도를 제한한 것은 반공영화의 작품수가 워낙 많아 컬렉션의 규모 자체가 너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작업 자체의 일정이나 해제자료집의 볼륨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1971년 국가비상사태 선언, 그리고 1972년 유신과 4공화국의 성립 이후 반공이데올로기를 둘러싼 담론의 지형과 정치 지형, 그리고 영화산업과 정책의 환경이 급변했던 역사적 상황을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중앙정보부라는 검열자
당시 군사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영화화했던 반공영화는 그 성격상 검열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냉전적 적대구도 속에서 적을 상정하고 공격하기 위한 반공영화의 시도들이 오히려 정치적인 위험을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 역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친정부적인 영화라는 인식과 다르게 반공영화 검열의 강도는 낮지 않았고, 검열과 관련된 사건들 역시 적지 않은 편이었으며 다른 영화에 비해 검열의 절차나 주체 역시 특수했습니다. 그 핵심에는 중앙정보부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모든 반공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영화에서 중앙정보부가 본편 검열(상영허가)에, 중요 영화의 경우에는 시나리오 검열에 참여했습니다. 중앙정보부가 검열에 참여한 기록은 1961년 9월에 검열을 받은 <붉은 두목>(이영)에서부터 그 기록을 찾을 수 있고, 이후 상당수의 반공영화에 검열자로 참여하여 반공영화의 검열기준, 혹은 국가안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의 검열기준을 수립해 나갔으며, 마침내 1968년 말부터는 잠재적으로 국가 안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영화 뿐 아니라 모든 상업영화의 검열자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국방부, 내무부(치안국), 심지어 외무부나 법무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기관이 반공영화의 검열자로 참여하곤 했습니다.
검열의 특별한 사건들
반공영화 검열, 나아가 한국영화 검열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돌아온 여군)> 사건일 것입니다. <7인의 여포로>는 포로가 된 국군 간호장교 7명을 호송하던 북한군이 중공군들이 여포로들을 겁탈하려 들자 중공군들과 맞서 싸워 그녀들을 구하고 남한에 귀순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감독 이만희는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고 1965년 2월 투옥되었다. 감독이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검찰이 이만희 감독을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유는 1) 북괴의 국제적 지위 앙양, 2) 반미감정 고취 3) 군사력의 취약화 책동 4) 북괴 찬양 등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검열서류는 당시 이 영화에 대한 행정조치의 과정과 경과, 영화계의 반응 등을 풍부히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적색 포로와 백색 포로 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내었으나, 폭력의 잔인성, 양공주의 존재, 미군의 관리 소홀, 포로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을 재현했다는 이유로 상영 불허 명령을 받고 제작사의 대대적인 재편집 후 겨우 상영 허가를 받았던 조긍하의 <철조망>(1960), 북한에서 귀순한 이수근의 일대기를 다루어 은 공보부 추천 우수 반공영화에까지 선정되었으나 이후 이수근이 위장 귀순한 것이 밝혀져 상영정지 처분 직전에 제작사가 스스로 검열을 철회한 김수용의 <고발>(1967), 내용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제작 신고가 두 차례 반려된 뒤 대규모 시나리오 수정으로 검열을 통과한 <나교>(이희중, 1968) 등 반공영화들을 둘러싼 다양한 검열의 사건 사고들이 이 컬렉션의 서류들을 통해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컬렉션에 포함된 서류는 비록 1955년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1960년부터 70년 사이가 150편일 정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연평균 13편, 월평균 1편 이상의 수준이다. 이는 변화무쌍했던 1960년대 검열, 나아가 행정 일반의 제도 변화를 월 단위로 확인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컬렉션은 1960년대 영화행정의 변화를 미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컬렉션을 통해 한국영화 제도사, 검열사, 나아가 한국영화사 일반에 대한 인식의 폭이 보다 깊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학예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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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성(이만흥,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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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김묵,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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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없다(홍성기,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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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조긍하,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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