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 2021년 8월 무렵, 언론을 통해 영화관의 불황 문제가 보도되었습니다. 2021년에 영화관이 맞이한 불황의 원인은 무엇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관객 감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취해진 상영관 내 취식 금지 및 영화관 입장 시간제한 등에 의한 매출 하락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 무렵에 알려진 서울극장 폐업 소식 역시 이 같은 영화관 불황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 불황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문제가 슬그머니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름 아닌 ‘스크린쿼터’ 문제였습니다. 

스크린쿼터는 자국의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극장에 연간 일정 일수 이상 자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1966년에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서울과 부산 개봉관을 대상으로 2개월에 1편 이상(=연간 6편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되 서울 개봉관은 90일, 부산 개봉관은 60일 이상 상영해야 했습니다. 이후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는 1970년에 4개월에 1편 이상(=연간 3편 이상), 총 상영 일수 30일 이상으로 축소되었다가 1973년에는 연간 상영 일수의 1/3(=121일) 이상, 1985년에는 연간 상영 일수의 2/5(=146일)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2006년부터는 연간 상영 일수의 1/5(=73일) 이상으로 축소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2021년 영화관들은 법에서 정한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쿼터를 제대로 이행할 만큼 상영할 수 있는 한국영화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물론 영화관 측이 토로하는 스크린쿼터 이행의 어려움은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줄곧 극장들이 호소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신문 지면에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극장 측의 입장과 스크린쿼터 확대 혹은 유지를 주장하는 제작자 측의 입장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스크린쿼터제도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그간의 스크린쿼터 담론에는 극장 측과 제작자 측의 갈등뿐 아니라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제도적 움직임과 스크린쿼터를 지키려는 영화계의 저항이 포착됩니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정부와 영화계 간 갈등의 배경에는 시장 개방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태생적으로 국내 영화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제화되었다는 점에서 스크린쿼터는 보호무역의 상징이었으며, 시장 개방 문제에서 항상 걸림돌이 되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19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를 관통하며 발견되는 스크린쿼터 담론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 중심 화두가 되었던 시대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 컬렉션은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존 중인 자료를 중심으로, 1980년대 영화시장 개방 이후에 일어난 한국영화 보호 및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국내에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이 본격화된 시점은 1990년대라 할 수 있지만, 본 컬렉션은 1980년대 미국영화 직배 저지 운동을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의 발원으로 바라보고, 직배 저지 운동과 관련된 자료들 역시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는 1980년대 미국영화 직배 저지 운동의 주역들이 대부분 1990년대 이후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으로 그 활동을 이어갔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크린쿼터 담론이 영화시장 개방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본 컬렉션의 이름을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라 명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존 중인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컬렉션은 총 211점의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2022년 10월 현재). 여기에는 ①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현장을 기록하고 영화시장 개방의 본질을 알리는 목적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노래로 태양을 쏘다-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기록>(조재홍, 1999), <위험한 정사, vol 2004>(이훈규, 2004), <146-73=스크린쿼터+한미FTA>(이훈규, 2006)]를 비롯해 2004년 12월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 개최된 “스크린쿼터 관련 영화인 대책 기자회견” 현장을 기록한 영상 등의 비디오 자료 5점과 ② 1980년대의 미국영화 직배 저지 활동과 1990년대 이후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 현장을 기록한 사진 자료 144점, ③ 대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작·배포된 전단 10점과 ④ 영화 <노래로 태양을 쏘다> 및 직배 저지 집회 현장 부착 용도의 포스터 2점, ⑤ <노래로 태양을 쏘다> 보도자료 1점과 ⑥ 각종 단체가 작성한 성명서, 자료집, 활동 백서, 연구 단행본 등의 문헌자료(기타자료, 정기간행물, 도서) 49점이 포함됩니다. 



한편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컬렉션 자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본 컬렉션은 해당 자료들을 그것이 생산된 시기별, 생산 기관별로 분류했습니다. 

1) 자료 생산 시기별 분류는 10년 단위의 기계적 연대 구분을 피하고, 정부 변화 시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10년 단위의 연대 구분을 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를테면 어떤 자료들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과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달라 서로 다른 맥락을 지닌 자료임에도 10년 단위 연대 구분으로 인해 ‘1990년대’라는 동일 범주로 분류될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직배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은 영화시장 개방 문제와 관련된 정치·경제적 사안에 민감히 대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배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변화를 염두에 두며 컬렉션 자료를 읽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 컬렉션의 자료는 정부 변화를 기준으로 ① 1기(제5~6공화국)와 ② 2기(김영삼 정부), ③ 3기(김대중 정부), ④ 4기(노무현 정부 이후) 그리고 ⑤ 시기 미상으로 분류됩니다.

2) 자료 생산 기관별 분류는 자료를 제작하거나 작성한 기관·단체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단 직배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현장을 기록한 스틸 사진과 같이, 자료 생산 기관보다 자료에 기록된 사건과 관련된 기관·단체가 유의미한 정보라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본 컬렉션의 자료는 자료 생산 기관을 기준으로 ① 한국영화인협회 ② 직배저지 영화인투쟁위원회/영화인운동본부 ③ 스크린쿼터사수(범)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 ④ 스크린쿼터감시단(문화연대) ⑤ 문화부 ⑥ 영화진흥위원회 ⑦ 영화인회의 ⑧ 기타로 분류됩니다.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컬렉션은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존하고 있는 211점(2022년 10월 현재)의 자료들을 집대성하고 있습니다. 컬렉션의 자료가 제5~6공화국 시기부터 노무현 정부 이후까지 영화인들이 직배 저지·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벌인 모든 사건 기록을 망라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이 컬렉션은 1980년대 이후 영화시장이 개방되는 과정에서 영화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그토록 지키고자 했는지에 대한 역사의 조각들입니다. 컬렉션을 통해 이 같은 역사의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우리는 영화인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뜻이 맞는 동지들과 모여 더 큰 울림이 되고, 고군분투하던 개개인이 서로 연대하며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과정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30여 년 역사의 기록이 한국영상자료원에 211점이라는 소수의 자료로 남아있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 시기 한국의 영화운동 일면이 기록된 자료들은 지금도 수집 중입니다. 더 많은 자료가 축적돼 언젠가 이 글을 수정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 컬렉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본 게시물 하단에 첨부된 [해제 다운로드]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 개별 자료에 대한 세부 정보 및 상세 해설은 아래 ‘자료 목록’의 자료명을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조사 연구: 이지윤(한국영상자료원)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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