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파 구술 컬렉션

2019년 생애사 - 홍파

  영화감독 ‘홍파’는 대중에게 그렇게 친숙한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그는 1970년대 초반 감독으로 데뷔하여 8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약 20편의 한국영화에서 각본⋅각색을 담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술사를 진행하면서, 특히 1970~80년대 한국영화에 대한 구술을 들을 때마다,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구술을 통해 알게 된 그는 당시 충무로에 널리 알려진 실력있는 시나리오작가인 동시에 프랑스문화원에 가면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충무로인 중 한 명이었고, 하길종, 김호선 감독 등과 함께 영상시대를 이끌었으며, 영진공에서 출간하는 잡지 ≪영화≫에서 깊이 있는 영화 비평을 쓰는 비평가이자 이론가이기도 했습니다.
  구술자가 처음 뜻을 두었던 분야는 문학이었습니다. 그는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박목월, 서정주 같은 당대 대표적 문인들에게서 수학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 구술자는 월남으로 파병을 갔습니다. 제대 후 월남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신동아》 논픽션 부문에 「역사의 죄」라는 수기가 당선되며 등단한 그는, 이후 1970년 《서울문예》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서 「몸 전체로 사랑을」이 당선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첫 연출작이자 기획작인 <몸 전체로 사랑을>(홍파, 1973)을 제작했습니다. 필름 수급도 쉽지 않고, 촬영 환경도 좋지 못했던 제주도에서 힘겹게 촬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제작비보다 영화의 완성도를 더 고민했고, 자신이 문화원에서 봤던 누벨바그 영화들의 문법을 참고삼아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몸 전체로 사랑을>이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영화적 실험과 고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구술자가 연출한 <묘녀>(1974), <숲과 늪>(1975),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1977) 등은 모두 당시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실험적 기법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주제들을 갖고 있어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그는 갑자기 영화계를 떠나, 소설가⋅비평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외침과 속삭임』, 199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주니어』, 1994년 『국화와 칼』 등의 소설을 집필하였고, 1998년에는 『영화 속으로 떠나는 문화 여행』이라는 비평서를 출간했습니다. 
  홍파 감독은 구술을 진행하면서 최근에 나오는 한국영화들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여전히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과거 한국영화에서는 기술적 이유로 인해 불가능했던 장면들이 오늘날에는 대부분 구현 가능해진 만큼, 자신이 이전에는 꿈꾸었으나 실현할 수 없었던 장면과 실험들을 여전히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의 열정적인 시네필이자, 이론가⋅비평가로서 그가 바라본 1970~80년대 한국영화계,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영화사 연구자들과 영화 팬들에게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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