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와인취미에 몰두중인 시간강사인 이원. 그는 자신의 교수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수 있는 교수가 와인취미에 새롭게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와인을 선물하러 가지만 자신보다 먼저 찾아온 후배가 고가의 와인을 선물하여 임용에서 밀리게 된다. 그날 저녁 그는 홧김에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에게 술에 취해 그 고가와인을 같이 마시자고 말해버리는데...
이원은 와인광이다. 고상한 취미의 그는 박사지만, 교수 사회에선 실패한 정치가이며 사모하는 소믈리에에겐 귀찮은 남자일 뿐이다. 교수 임용에서 후배에게 밀리고 여자에게마저 외면당하던 날,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퇴짜 맞은 논문도, 자신을 내친 지도교수의 싸늘한 표정도 아닌, 원로교수 연구실 한편에 놓인 국내에 여섯 병밖에 없다는 전설의 와인 로마노 꽁티! 와인을 둘러싼 소심한 모험을 그린 <인생의 취미>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미국산 공장 와인이 1등에 당선됐던 실화를 연상시킨다. 지식인들의 위선과 현학을 비꼬지만 풍자극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기묘한 엔딩과 의외의 선택이 기다린다. “풍자로 보이면 풍자가 아니”라는 감독의 말처럼 장르 관습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아기자기한 반전을 거듭하는 기민한 플롯의 변주에 짧은 러닝타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 (박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