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효식'은 회화를 공부하다 그만두고, 한 뮤직 비디오의 계열사로부터 편집하청 작업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차이가 없는 반복'이다. 그 역시 생산된 변증법인데, 그 모태로서 좀 더 자본주의적인 MTV의 VJ인 '미나'가 있다. (효식은 그녀를 욕구한다) 한편 효식의 욕망은 사과의 재현(representation)에 있다. 정치적 노선을 알 수 없는 여자 '경숙'(그녀는 효식을 욕구한다)은 그에게 재현 도구의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 준다.
변증법은 언제나 동일성의 폭력을 행사한다. 그 폭력을 거부하고 차이를 생성하고자 했다.” 대학생 쌍둥이 형제 감독 김곡·김선의 이 작품은, ‘니체와 메를로퐁티에게 보내는 밀도형식의 편지’라는 부제하에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반변증법’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개진한다. 난해하지만 곳곳에 도사린 유머와 재기발랄한 촬영이 딱딱한 주제를 감싸안는 지적이고 매력적인 작품. 화실에 살며 뮤직비디오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 효식과 그가 욕망하는 MTV의 VJ 미나, 효식을 욕망하는 또 다른 여자 경숙의 행위와 관계가 내러티브를 이끄는 가운데, 장면들의 변주와 반복, 시간적 어긋남 등 영화적 실험이 전통적인 영화언어에 도발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