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작품의 전과정을 감독 일인이 제작한 실험영화. 회화를 닮은 겹겹이 두터운 이미지들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실험적 영상 속에 정서적 격렬함이 담겨있다. 로샤의 얼룩처럼 이 이미지들은 관객이 그 자신 스스로의 기억들을 발견할 수 있는 비어있는 초대장처럼 기능한다.
연출의도. "과거를 완전히 재현시킬 수 있는 기억은 우리의 육체 속에 간직되어 있다. 이것이 어떤 사물에 의해서 촉발될 때 환희를 느끼게 된다. 예술가의 임무는 그 환희를 이지와 등가의 것으로 만들어 정착시키는데 있다." - 민희식의 프러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관하여 중에서
영화는 여행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미지와 사운드의 병치로 기억을 담은 공간의 재구성을 시도하였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들춰보는 것입니다. 낯선 공간 낯선 도시를 헤메어 본 기억, 목 메이는 슬픔이나 고통으로 흐느껴 본 기억, 죽음에 대한 혹은 사자(死者)에 대한 절규 등의 기억. 이 영화를 인생의 순환에 대한 시(詩)를 담은 작품으로, 혹은 실연 사별 등의 개인적 아픔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하는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모든 관객 나름의 해석이 바로 이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관객의 잊혀진 기억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 관객이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의도적으로 비워진 부분을 채워 나가는 작품이 제가 실험영화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만들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촬영, 편집, 사운드 녹음과 믹싱, 프린트까지 전 과정을 일일이 제작한 작품입니다. 네거티브 현상을 핸드 프로세싱을 통해 그리고 후반에 옵티컬 프린팅으로 다층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다층의 이미지는 판화나 유화에서 볼 수 있는 순수 미적인 효과와 더불어 겹겹이 쌓여있는 수많은 기억 속에 숨어있는 기억의 단상을 표현하려 한 것입니다. 또한 시각 이미지의 추상성이 사운드의 구상성과 맞물려 상황을 상상해 내는 것을 촉진시키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