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구두 디자이너인 구녀가 하루 동안 겪는 바쁜 손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타인을 유혹하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힘들게 하이힐을 만들거나 아픔을 참아가며 손을 치장한다.
구두 디자이너인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급히 손을 씻고, 정성스레 마스카라를 칠하며 출근준비를 한다.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추근대는 남자를 만나기도하며 바쁘게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무실에서 잡지를 보며 가죽원단을 고르고 오늘밤에 신을 구두를 만든다. 미싱을 하다 손을 다치기도 하는데 애써 만든 육감적인 하이힐에 발을 쑤욱 넣곤 헌 구두는 버린다. 퇴근 후 마술 같은 네일숍을 들리면서 지치고 더러운 손은 새롭게 변신한다. 프렌치 스타일의 뾰족하고 그로테스크한 인조 손톱을 달고서... 와인바에 가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데, 손가락은 갖은 교태를 부리며 그를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이윽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듯 서랍 속에 오늘 받은 명함을 챙겨 넣는다. 그리고 망가진 손톱을 뜯어버리고 이제는 필요 없어진 속눈썹마저 버린다.
연출의도. 스토리는 하루 동안 벌어지는 여자의 행위에 초점을 두었지만 감정을 집중감 있게 나타내기위해 손으로만 표현을 하였다. 실제 손동작을 분석한 후 과장된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려고 러프한 드로잉으로 초당 프레임수를 많이 그렸다. 모든 동작은 천천히 흘러가듯이 연결된다. 공간은 생략하지만 손동작과 접촉되는 시점에서 부분적으로 암시되는데, 소리로써 구체적인 물체와 공간을 증폭시켜 나타낸다. 최대한 절제된 화면과 클로즈업 위주의 프레임으로 일상적 손의 행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손과 손이 접촉하고 관계하는 것들을 테마로 하는 이 실험적인 작품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유동적인 언어로 손이 지닌 인간적 표정과 심미적 관능성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것을 둘러싼 동시대의 사회적 의미까지 끌어들이며 담론을 구성한다. 여기에서 여성의 손은 그녀 자신의 노동을 통해 늘 시장 가치를 높여야 하는 투자의 대상이다. 그러나 하루 쓰고 버리는 인조 손톱과 가짜 속눈썹처럼 점점 그녀의 몸도 함께 망가져 간다. - 김준양 (애니메이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