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비오는 어느 날 집을 나간 재수생 지석은 부모님의 부부싸움으로 온 집안이 시끄러울 때 화장실 창문으로 몰래 들어와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며 젖은 몸을 닦는다. 그는 아버지에게 맞은 어머니가 화장실에 들어와도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어머니도 지쳤는지 화를 내지 않는다. 애인을 만나기 전 몸단장을 하려는 큰 딸은 화장실에서 친구와 비밀스런 통화를 하는 지석과 몸싸움을 일으키고, 가족이 모두 나간 조용한 시간에는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며 이웃사람들과 소담을 나눈다. 권위의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도 화장실에서 틀니를 빼고 샤워를 하고, 치매기운이 있는 할머니 또한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화장실을 중심으로 온 가족의 시비가 일어나고 동시에 그 시비의 도피처로 화장실은 사용된다. 이렇게 시비가 끊이지 않던 중, 큰 딸의 결혼식으로 인해 갑자기 화장실로 다 모여든 가족들. 오랜만에 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집에서 그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독방은 화장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