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84-11-19
심의번호 6306
관람등급 연소자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개봉일자 1985-06-22
개봉극장
단성사(서울)
노트
■“대가족제의 몰락에 대한 감동적인 보고서”(김영진)
수몰로 인해 자신의 터전에서 쫓겨나 자식들이 사는 서울로 올라온 부모와 그 부모를 모셔야 하는 자식들간의 갈등과 어려움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진부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소재는 한국의 수많은 TV 드라마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다. 거기에는 어쩔 수 없는 고부간의 갈등과 서로 부모를 맡기를 꺼려하는 자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전형적으로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전형성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영화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캐릭터들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능하고 허풍이 세며, 부인에게 손찌검까지 하지만 효심만은 지극한 둘째 아들,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형과 누나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주의적인 막내 아들, 자신들의 생활고에 찌들어 부모님을 모시지는 못하고 맏이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가끔 불평만을 일삼는 첫째 딸과 셋째 딸 등,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드라마를 끌고 가기 위해 급조된 캐릭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며 적어도 부모님에 대한 진정어린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 주되게 악역을 담당하는 큰며느리조차도 기본적으로 악인은 아니며, 대가족 맏며느리의 삶에 치여 사는 희생자일 따름이다. 부모에 대한 평균 이상의 효심을 가진 평범한 보통의 대가족이 그려내는 파열음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당대 한국사회가 처한 가족해체의 현실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요컨대 전통적 한국 대가족의 해체는 자식들의 효심이 무뎌져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생활고와 인간적인 욕망의 충돌이 빚어내는 비극이며, 따라서 그들이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가족간의 혼란을 간간이 늙은 노부부의 주관적 시선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아버지의 시각과 청각을 통해 과장된 속도감의 자동차 전용 도로와 자동차들이 내놓는 사운드가 어지럽게 오버랩되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이는 평생을 농사지으면서 살아온 노부부가 자신들을 헌신적으로 아끼는 자식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삶에 적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자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개발에 치여 자신의 공간으로부터 쫓겨나 미래마저도 자신들의 것이 아닌 부모의 죽음은 필연적이며, 이들을 모시고 대도시 내에 모든 가족이 모여 살고자 하는 장남의 꿈은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냉정한 가족드라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