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68-12-07
심의번호 방제4271호
관람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상영시간 96분
개봉일자 1969-05-01
개봉극장
국도
노트
■ 슈테판 츠바이크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막스오필스의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1948)을 번안한 작품.
■ 작품해설
김응천 감독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멜로드라마의 거장 막스 오퓔스의 대표작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Letter from an Unknown Woman)>(1948)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1960년대 후반기는 리메이크나 시리즈물, 속편 영화 제작 등이 붐을 이룬 시기였는데, 연간 200편 안팎의 늘어난 영화 제작편수에 비해 부족하기만 한 시나리오로 인한 소재의 빈곤, 과거에 히트했거나 유명세가 있는 외화들을 다시 만듦으로써 흥행 보장에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산업적 요구, 또한 기술적 요인으로 컬러 영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과거의 흑백영화를 컬러로 다시 만드는 것 등이 리메이크 영화 제작 경향에 원인이 되었다.
김응천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멜로드라마의 기본적인 서사와 장치’라는 측면에서 막스 오퓔스의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와 유사하되, 미묘한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오퓔스의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이 음악가로 설정된 것에 비해, 김응천의 <모르는...>는 소설가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단지 주인공들의 직업상의 차이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과 정서, 그리고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오퓔스의 작품이 음악가인 남자주인공을 설정함으로써 영화라는 매체의 시청각적 이미지에 의해 작가로서의 스타일적 서명을 남기고 있다면, 이보다 20여 년 후인 1969년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김응천의 영화는 한국 대중의 정서에 맞게 각색되어, 상대적으로 대사에 의한 주제전달의 측면이 강하고, 오퓔스의 작품에 비해 더욱 희생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여주인공의 운명을 극단적으로 비참하게 만듦으로써 시대적 분위기에 부합하는 신파적 정서를 한층 자아낸다.
가령, 오퓔스의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리사가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한 남자를 평생동안 그리워하며 히스테리적(혹은 판타지적)인 사랑을 하기는 하지만, 그녀가 그 남자의 아이를 데리고 다시 결혼을 하고 새로운 남편과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기 때문에, 어떤 페미니스트 연구자는 오퓔스의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을 희생자나 피해자로 볼 수만은 없는 모호한 지점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응천의 작품에서 여주인공 문희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의 희생자로서의 여성 이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처절히 '가련한 여인상, 모성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영화 초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어떤 시구절이라면서 주고 받았던 대화의 한 부분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남)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인은?"/(여) "외로운 여인"
(남) "외로운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여) "병중의 여인"
(남) "병중의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여) "버림받은 여인"
(남) "버림받은 여인
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여) "죽은 여인"
(남)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여) "잊혀진 여인"
영화의 당시 포스터와 광고문구에서도, '잊혀진 여인’으로서의 문희의 가련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듯, 이 영화는 독일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걸작을 리메이크하고 있으면서도 '문화적 번역’의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대중적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당시의 관객들은 극단적으로 비참한 여주인공의 운명에 동일시하면서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낌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장르적 쾌락을 향유했을 것이다. (이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