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등급정보
(1)
심의일자 1968-01-11
심의번호 방제4094호
관람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상영시간 96분
개봉일자 1968-01-12
내용정보
액션
활극
다른제목
山河血(산하혈)(중문제명)
THE PARTISAN LOVERS(다른 영문제명)
THE LADY BANDIT(다른 영문제명)
개봉극장
국제
수출현황
동남아(68)
노트
■ 작품해설
이영일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만주무협물은, 마도로스물과 함께 "일련의 구형 활극"에 해당한다.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감성의 액션영화와 구분하여 굳이 "활극"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구형(舊形)"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는 것은 영화사가 이영일이 1960년대 후반에 대해 갖고 있었던 특정한 감각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만주무협물은 과거적인 감성을 구현하는 장르로서 느껴졌다는 것인데, 이영일이 지적했던 1960년대 후반의 복고 취향은 신파와 더불어 활극 장르에서도 구현되었던 셈이다. 활극과 신파는 모두 식민지 시대에 연원을 둔 장르로서, 해방 후 쏟아져 들어온 미국 산(産) 장르영화들, 즉 액션영화나 멜로드라마와는 구분되곤 했다. 더 오래된 예술형식이 흔히 그러하듯이 활극이나 신파는 종종 액션이나 멜로드라마보다 저급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어떤 경우에는 일제의 잔재처럼 취급되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는 그 식민지적 연원을 미루어보건대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만주무협물을 비롯한 활극에 대한 비난은 흔히 "국적 불명"이란 말로 집약되곤 했다. 만약 그 단어에 함의된 1960년대식의 민족주의적 사고와 그에 따른 가치판단을 배제할 수만 있다면, "국적 불명"이란 말이야말로 만주무협물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 홍콩 무협물과 미국의 서부영화들, 그리고 196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카로니 웨스턴이 뒤섞인 듯한 서사구조와 시각적 스타일도 그렇지만, 중국인, 조선인, 일본인이 각축하는 1930년대의 만주라는 공간은 그 어떠한 "국적"으로도 귀속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이 주로 독립군의 무장투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재현하는 것이 곧 오늘날의 민족국가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만주무협물에서 만주를 활보하는 사나이들은 바로 그 "국적 불명"의 상태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주무협물이 "국적 불명"이라는 비난을 늘 들어왔다 할지라도 그것이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대중의 민족의식에 소구하는 장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여마적>은 독특한 점을 갖고 있다. 조선 독립군 대장(신영균)보다는, 홍콩 여배우 리리화가 맡은 마적단 여두목(민족 또는 국적이 모호한)이 정서의 중심에 놓여 있고, 제국주의의 극복이라는 명분보다는 그녀의 사적인 복수가 극의 추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하는 여인 아란과 동생 재천의 죽음을 뒤로 한 채 홀로 길을 떠나는 독립군 대장의 모습은 서부의 사나이를 연상시키지만, 서부의 사나이와는 달리, 그는 떠나기 전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동생과 사랑하는 여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는 패배한 것이고 독립군 동지들 또한 거의 모두 잃었기 때문에 미래의 투쟁에 대한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여마적>에서 두드러진, 그러나 대부분의 만주무협물이 담고 있는 이같은 허무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정서는 서부극의 시각적 관습을 통해서 소비된다. 허나 그것은
매우 구체적인 역사에 대한 감각이라 말할 수 있다. 독립운동의 공간으로서 1930년대의 만주는 조선 대신 선택되었으며, 그것은 1960년대 남한에서 식민지 말기의 조선을 재현한다는 것이 갖고 있는 근본적 어려움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