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것은 지옥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게오르그는 파리의 점령지역을 간신히 빠져나와 마르세이유 항구로 향한다. 전란을 피해 몸을 숨긴 그는 이곳에서 자살한 멕시코 출신 작가의 신원을 추정한다. 사람들이 깃들고 떠나는 마르세이유에서 그는 작가의 미망인과 아들, 그리고 미스터리한 여인 마리를 만난다. <통행증>은 ´프란츠 카프카가 쓴 <카사블랑카>(1942)´를 보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이야기이다. 게오르그에게는 <카사블랑카>의 릭과 같은 낭만이 제거되어 있다. 안나 세게르의 1944년 소설을 각색한 크리스티안 펫졸트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현대 유럽으로 옮겨 온다. 양극화와 테러, 분쟁, 난민, 관료주의 등이 의제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실의 구체성은 휘발된다. 시간의 혼란은 과거와 현재를 한 몸에 품은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게오르그의 혼란이나 마리의 위기는 맥락이 없고 공포에 대한 암호처럼 기능한다. 멜랑콜리한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 초현실주의적인 정치 스릴러이다. [장병원]
(출처 :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