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지난 2001년도 차이밍량의 작품 <거기는 지금 몇시니?>에서 배경으로 사용되었던 낡고 오래된 복화극장이 이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등장한다. 내일이면 문을 닫을 복화극장의 마지막 상영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상영작은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이며, 몇 안되는 관객중에는 마오티엔이 있다. 차이밍량 영화에서 늘 아버지로 출연하는 그의 데뷔작이 바로 <용문객잔>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날은 다리를 저는 여자 매표원과 젊은 영사기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폭우를 뚫고, 젊은 일본 남자가 동성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개미 한 마리 없이 텅 빈 듯한 극장. 그러나 사람들이 있었으니…이들은 정말 사람일까? 아니면 이승을 떠도는 혼령일까?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글(김지석). 폐관을 하루 앞둔 영화관에서 일어나는 두 시간 동안의 일들을 다룬 이 작품은, 이를 테면 사라져 가는 옛시대의 영화관 문화에 대한 송가(頌歌)와도 같은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1,000 석 규모의 복화대극장(福和大戱院)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을 하는 장면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그 영화는 호금전의 <용문객잔>이다. 새로운 최신식 시설과 소규모 좌석의 멀티플렉스에 밀려 점차 사라져가는 이 옛 시절의 영화관에는 요즘 관객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 그 속에는 <용문객잔>에 출연하였던 노배우 먀오티엔(Miao Tien)과 시천(Shih Chun)이 있다. 차이밍량은 이제는 잊혀져 가는 이 노배우들에 대해서도 경의와 함께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웠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네마 천국>과는 달리 <안녕, 용문객잔>은 이제는 소외된 사람들의 장소가 되어버린 처량한 모습의 구식 영화관을 이야기한다. 차이밍량은 이 사라져가는 영화관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 속에서 다시 볼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매표원과 영사기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 오래된 영화관에서 흔히 떠도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이 모든 풍경들이 이제는 추억속에 사라져 가며, 차이밍량은 그 추억을 아쉬워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영화 속에 뒷모습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