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쇼와 8년(1933년), 교토대학 학생 유키에는 법학부 야기하라 교수의 딸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아버지의 제자 중 신중하고 상식을 중시하는 이토카와와 정의를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노게. 유키에는 대조적인 두 사람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러던 중 자유사상을 이유로 야기하라 교수가 탄압을 받게 되고, 노게는 좌익 운동을 하다 수감된다. 수년 후 검사가 된 이토카와의 청혼을 거절하고, 유키에는 노게를 찾아가 동거를 시작한다. 노게는 반전 운동을 하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고, 감옥에서 고문을 당해 죽고 만다. 유키에는 노게의 유골을 안고 그의 고향으로 향한다.
다키가와 사건(1933년 불온 사상을 가졌다는 혐의로 교토대 법학부 다키가와 교수를 문부성이 해임한 사건)과 조르게 사건(1941년 독일 신문사의 도쿄 특파원 조르게가 소련에 군사기밀을 제공한 스파이 혐의로 검거된 사건으로, 이때 공범으로 체포되어 옥사한 오자키 호쓰미가 노게의 모델이 되었다)을 모델로 하여, 구로사와 영화로는 드물게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 전후 GHG의 장려 하에 민주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로, 좌파 극작가인 히사이타 에이지로가 각본을 맡았다.
당시 비슷한 경향의 영화들이 많았던 가운데, 구로사와는 후반부 농촌 장면에 특유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준다. 특히 남편의 유지를 잇기 위해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굳은 의지를 지켜가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 준 하라 세쓰코의 탁월한 연기만으로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