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도쿄. 친구 하숙집에 얹혀 사는 유조와 언니 집에서 열여섯 식구와 함께 사는 마사코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의 데이트가 유일한 즐거움이다. 맛있고 값도 싼 ‘히아신스’라는 이름의 커피숍을 여는 것이 꿈인 두 사람. 하지만 현실은 비참하기 그지없어, 수중에 가진 돈이라곤 35엔(현재의 약 3,500엔)이 전부다. 모델하우스도 구경해 보고, 세가 싸다는 아파트도 보러 가지만, 두 사람의 형편으론 그 어느 곳도 무리일 뿐이다. 유조의 친구가 경영하는 카바레에서도 냉대받고, 비를 맞으며 보러 간 연주회는 암표상이 표를 다 사 버려 매진이다. 그러나 두 연인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또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전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연인들의 애틋한 하루를 서글프고 애잔한 정서로 그린 영화. 두 사람이 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도 담아 내고 있다. 영화의 종반부 두 사람만의 가상 콘서트에서 마사코가 관객들의 동참을 간절하게 요청하는 장면에선 절로 가슴이 뭉클해지며, 황량한 콘서트장에 울려 퍼지는 미완성교향곡의 선율이 오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