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끈질기고 집요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지고 세계의 진상을 길어 올리는 왕빙의 다큐멘터리 미학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서사의 골격은 단순하다. 2011년 후밍으로 아들 둘을 데리고 온 석공 노동자 카이의 집안 풍경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이야기에 담긴 함의는 몇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없다.
카메라는 이 가족이 놓인 삶의 조건을 보여주고 텔레비전과 핸드폰 같은 미디어와 그들의 관계를 탐구한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텔레비전을 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일이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끄고 아이들은 그제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문명화된 테크놀로지에 잠식한 비문명적 세계의 상황, 이 생경한 풍경은 오늘날 중국 사회가 통과하고 있는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현실을 표상하는 이미지이다. 노동의 조건, 테크놀로지의 확장이 가져온 가족관계의 변화를 요약하는 단말마적인 암전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장병원)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