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히스테리아 장만민, 2018

by.김화범(인디스토리 제작운영팀 이사) 2018-08-30조회 3,841

<히스테리아>(장만민, 2018)는 어두운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단면을 우리는 가족 혹은 가족주의라고 부른다. 지긋지긋한 가족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 아니다. IMF 이후 자살률이 급격히 올라갔고, 가족 동반자살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가부장 가족주의가 가족을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해체하고 있고, 가족구성원인 한 개인들을 질식시키는지에 대해 영화는 주인공의 히스테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살기위해서 탈주해야만 했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영화다.  

히스테리아

영화는 주인공인 혜주(송희준)의 ‘상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닷가에서 혜주가 공놀이 장면에서부터 가족들의 시선이 심상찮다. 가족들이 반려견을 부르는 소리와 아버지가 주인공의 뺨을 때리는 장면, 그리고 현실 병원으로 장면이 넘어간다. 집으로 귀환한 혜주. 가족들은 환영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지만, 혜주와 가족들 사이에 이내 균열이 발생하고 균열을 봉합하려는 아버지-가부장의 강요와 억압 그리고 체벌이 동시에 진행된다. 결국 혜주는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차를 전복시키고 탈출한다.  

혜주의 히스테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기원하고 있는지 영화는 심플하게 보여준다. 가부장이 지배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왕국에서 개인은 존재하기 쉽지 않다. 혜주의 히스테리는 가족이다. 명령하는 자와 명령을 따르는 자들 사이에 기묘한 연대(가족)가 숨 막힌다. 명령을 어길 시에는 그에 따른 처벌이 꼭 이뤄진다. 가부장의 질서가 어떻게 가족들의 몸과 마음에 각인되는지에 대해, 반복되는 체벌 장면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주인공인 혜주는 아버지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잘못에 대한 벌로 자신에 볼에 키스를 강요한다. 강요되는 사랑은 학대다. 사랑이라 부르고 폭력이라고 읽게 되는 체벌을 통해 가족은 탄생한다. 

히스테리아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상상 장면이다. 상상 장면에서의 시간성에 주목해보고 싶다. 영화의 첫 장면이 주인공인 혜주의 머릿속 상상이다. 상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혜주가 경험했을 폭력적인 ‘장면’이다. 슬로모션이다. 현실에서 가족들의 시간과 혜주의 머릿속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가족들의 시간과 혜주가 경험하는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같은 공간(가족이라고 상상되는 어떤 영역들)에 있지만,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개인은 같을 수 없다. 균질하게 만들기 위해서 체벌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이 동원된다. 가부장의 법을 준수해야 하고, 그것을 어길 시에는 처벌을 받거나, 미쳐야 한다는 슬픈 사실이다. 자신만의 시간으로 현재를 살 수 없다. 현대 자본주의는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탈주하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다. 미친 시간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송희준
혜주역의 송희준
 
영화에서 혜주 역을 맡은 배우는 송희준이다. 이 영화가 첫 영화라고 한다. 주인공 혜주 역할은 내면 혹은 정신의 불편함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인데, 나른하면서도 느리게 혜주만의 시간을 표현해낸다. 송희준 배우의 행보가 기대된다.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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