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유일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by.김문경(창작집단 3355 대표) 2024-07-31조회 2,117
 
한국영상자료원이 2022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문화와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기록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아카이브 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미래에 역사가 될 현재의 자료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일 역시 아카이브 기관의 중요한 임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의무제출제도를 통해 자료원에 보존되고 있지만,
그 외 다양한 한국영화와 영상의 자료들은 여전히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논의되고 상영되는 곳, 그 장소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영상자료원은 2022년부터 “한국영화현장기록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첫해에 허리우드극장, 오오극장(대구), 미림극장(인천), 애관극장(인천),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
아카데미극장(원주), 스튜디오 CELL 등 8개의 장소들과 관련된 분들의 증언을 기록하였습니다.
2023년 두 번째 해 사업으로 아트나인,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상암 본원과 파주보존센터, 라이카 시네마, 씨네큐브 등 7개 처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늘 한국영화 산업과 문화의 다양한 공간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

(위 사진 클릭 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이동)


강릉 시네필을 위한 명소: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홈플러스, 중앙시장, 월화거리 등이 있는 강릉의 시내 한 가운데 쌍둥이 빌딩인 ‘신영 빌딩’의 우측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다. 구도심이긴 하지만 강릉 시내 어디에 있건 10분이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 도착할 수 있다. 위치는 이곳의 이름이 신영극장이었을 때와 동일한데, 1990년 신영극장이 폭설로 무너져서 이듬해 다시 건물을 지을 때 같은 위치에 지었다. 신영극장 시절부터 강릉 사람들은 ‘신영극장 앞에서 보자’라는 약속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극장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이름이 오랫동안 ‘신영극장’이라서 극장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강릉 사람이 있다고 해도 버스 정류장 이름은 모두 알 정도이다.

강릉역 KTX가 개통되어 강릉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특히 서울에서 온, 영화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신영극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에서 김민희가 혼자 영화를 보는 극장이 바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인데, 사람들은 강릉 바다를 보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에 순례 코스처럼 이곳에 들르곤 한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로비 전경
 
건물 내부를 살펴보자면, 4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어서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라운지가 나오는데, 정면에 필름 영사기가 크게 보인다. 영사기 너머로 테이블과 소파 의자 등이 놓여 있다. 라운지 안에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의 대기 공간과 매표소가 있다. 기다리는 동안 자료를 둘러보고 차와 커피, 음료는 물론 팝콘을 구매할 수 있다. 한쪽 벽에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홍보물들은 물론 이전 상영작들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서 작은 영화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대여할 수 있는 블루레이와 DVD도 진열되어 있고 음료는 물론 팝콘도 구매할 수 있다. 한쪽 벽에 흰 타일로 재개관 당시 극장의 보증금을 후원한 사람들과 기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전 신영극장일 때의 좌석 배치도와 관람자 준수사항이 적힌 오래된 액자도 걸려 있다.


우여곡절의 역사

신영극장은 강릉의 네 번째 극장으로 1965년 11월 1일, 극장주 최종승 씨에 의해 문을 열었다. 당시 810개의 좌석을 가진 극장으로 강릉의 다른 극장보다 규모가 꽤 커서 학교 학예발표회나 지역의 공무원 교육장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1990년 강릉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을 때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무너졌는데 다음 해인 1991년 9월 6일 최종승 씨는 무너진 신영극장 자리에 새로 쌍둥이 건물을 올린 뒤 신영 1, 2관을 오픈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05년 최종승 씨 사망 이후 직원들이 극장 경영을 유지하다 2007년부터 아들인 최상순 대표가 인수해 운영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강릉 지역의 영화관람 가능 인구와 관람객이 감소한데다 멀티플렉스의 위세에 밀려 2007년 7월 2관을 폐관하고, 2009년 2월 4일 마지막 상영을 하며 1관마저 폐관하게 되었다.
 
상영관 내부

이후, 강릉의 시민모임이자 영화 단체인 ‘강릉씨네마떼끄’가 기금 모금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선정으로 구 신영극장의 2관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다시 열게 되면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재탄생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극장 좌석마다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아 이름을 새겨주는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로 보증금을 마련해 지역 최초 민간 비영리 극장으로 2012년 5월 18일 문을 열었다.

신영극장 2관에서 ‘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강릉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이자 단관 극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운영은 강릉 지역 유일의 영화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지속하고 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에 창립된 영화단체로 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운영과 함께 매년 8월에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후 재정적인 이유로 2016년 3월 1일부터 1년여 간 임시휴관을 한 뒤 강릉시의 안정적인 지원 약속을 바탕으로 다음 해인 2017년 3월 24일 재개관했다. 당시 강릉시는 “독립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라며 5천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 직접 지원한 사례이다.

재개관과 동시에 내부를 리뉴얼을 했는데, 기존 200석에서 111석으로 좌석을 변경했다. 이후 2022년 2월 10일에는 전 좌석을 가죽 시트로 변경하고 4K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2023년 다시 폐관 위기에 놓이는데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지원하는 강릉시와 강원도의 보조금이 2023년 들어 전액 삭감되면서 심각한 운영난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이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극장을 이어가기 위해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후원 캠페인을 벌여 4천만 원의 후원금을 달성하였고 지자체로부터도 추가경정예산을 약속받았다.
 
로비의 DVD, 블루레이 컬렉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현재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하루에 5편씩 매일 상영하고 있다. 강릉씨네마떼끄 회원 회비는 월 1만 원 이상으로 회원들에게는 기념 스탬프 발행과 할인 혜택을 주고 있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보유하고 있는 DVD, 블루레이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비회원은 DVD 2000원, 블루레이 3000원을 내고 대여한다. 지역민들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점이 현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가장 큰 특성이다.

신영은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유적처럼 강릉 주민들에게 남기보다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문화예술공간이자 극장으로 살아남기 위해 꾸준한 행보와 더불어 치열한 고민과 모색을 하는 기로에 있다.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강원 강릉시 경강로 2100 4층
   2. 설립일 : 최초 신영극장은 1965년 11월 1일에 개관
                 2012년 5월 8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
   3. 대표자 : 강릉씨네마떼끄 (비영리 민간극장)
   4. 규모 : 상영관 크기 (W*D*H) 11.2 * 18.4 * 5, 62.5평, 주차장 없음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수) : 1개관 111석 (일반좌석 107석, 휠체어 4석)
   6. 운영시간 : 평일 12시 오픈, 주말/휴일 10시30분 오픈 (하루 작품 5~6편 상영),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정기휴무일
   7. 입장료 : 일반 8,000원, 회원(강릉씨네마떼끄/나는주인이다/시네필) 7,000원, 청소년 7,000원,
       초등학생 5,000원, 노인/장애인/미취학아동 4,000원, 조조 6,000원
   8. 조직 구성(5인)
       대표(권정삼), 사무처장(프로그래머 겸임, 송은지), 사무국장(운영팀, 김슬기), 홍보팀(자원활동가 2인)
   9. 공간 구성
       상영관 1관, 매점 1개(매표소와 같은 공간), 휴게실 1개(매표소와 같은 공간으로 의자 20석 비치되어 있음)

  
필자: 김문경
사진촬영: 허   성
취재 및 인터뷰 일자: 2023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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