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네 번>(2010)을 통해 안과 밖, 현실과 허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었던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일 부코>는 하나의 시적 모험이다.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 북부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건설되고 있을 무렵, 남부 칼라브리아 내륙에서는 한 동굴학자 그룹의 동굴 탐험이 시작됐다. <일 부코>는 700미터가 넘는 깊이의 비푸르토 동굴의 초기 탐험 (1961)을 재현한 작품이다. 동굴 입구에서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검은 구멍을 향해 한없이 침잠하며 카메라가 다다르는 곳은, 바위와 암흑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초월한 또 하나의 세계다. 감독은 이러한 지하 세계와 폴리노 고원의 늙은 목동의 삶을 병치시키면서 심연의 끝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그 신비하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서승희)
(출처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